Alumni Special Interview는 KFAS 서포터즈가 사회 각계각층에서 활약 중인 재단 동문을 만나 그들의 이야기를 전하는 인터뷰 뉴스레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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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소파를 옮겨라” 난제 해결사 백진언 박사를 만나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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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백진언 박사(해외유학 39기)
“소파를 가장 효율적으로 옮길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일까?” 이 단순한 질문을 7년간 끈기 있게 도전한 사람이 있습니다. 해외유학장학 39기 백진언 박사(고등과학원 허준이수학난제연구소 허준이펠로우)입니다. 백 박사는 수학계의 오랜 난제로 손꼽혀온 '소파 옮기기 문제'의 증명을 발표하며 많은 관심을 받았는데요. 인생의 많은 시간을 본인이 사랑하는 수학 분야의 꿈을 이루는 데에 쓰고 있는 백진언 박사를 만나봤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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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세대 인근 카페에서 백진언 박사와의 인터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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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단 가족분들께 간단한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재단과의 인연이 어떻게 시작되었는지도 궁금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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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현재 고등과학원 허준이 수학 난제 연구센터에서 연구원으로 근무하고 있는 백진언입니다. 반갑습니다. 대학교 재학 시절, 이원열 선배님(대학특별 33기, 現 포항공대 컴퓨터공학과 교수)과 함께 학부 연구를 진행한 적이 있는데, 그 과정에서 재단에 대한 이야기를 듣게 되었습니다. 선배님께서 조언과 기회를 권해 주셨고, 그 말을 계기로 해외유학장학프로그램에 지원하게 되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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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사님이 전공으로 수학을 선택하게 된 결정적인 계기가 궁금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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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학생 때 교과서를 훑어보면, 여러 과목 중에서도 유독 수학이 가장 안정적으로 느껴졌습니다. 수학을 통해 무언가를 성취하고 인정받는 경험을 하면서, 스스로 가치 있는 존재가 된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어린 마음에 인정받고 싶다는 바람도 있었고, 그만큼 더 열심히 하게 되었던 것 같습니다. 또 한편으로는 대인관계에 서툴러 누군가와 가까워지는 일이 낯설게 느껴질 때가 있었는데, 수학은 정제되어 있고 일정한 법칙이 존재하는 세계여서 마음에 위안을 주었던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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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사님께서는 오랜 기간 수학을 연구하고 계시는데요, 특별하게 기억에 남는 문제가 있으신가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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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 일주일, 몇 개월 그 이상의 시간을 들여 문제를 해결해 나가다 보니, 문제의 난이도와는 별개로 ‘아름다운 문제’에 대한 취향이 생겼던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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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일을 하더라도 수학이라는 아름다움만큼은 놓지 못했을 거 같다"라고 말씀하신 인터뷰를 인상 깊게 읽었습니다. 박사님께서 느끼시는 '수학의 아름다움'은 어떤 순간에 가장 선명하게 다가오는지 궁금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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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에는 잘 잡히지 않고 애매하게 흩어져 있던 아이디어들이 어느 순간 명료해질 때입니다. 미묘한 뉘앙스들 때문에 혼란스러웠던 지점들이 정리되고, 핵심 아이디어들이 서로 맞물려 하나의 하모니를 이루는 느낌이 들 때, 그리고 그 증명이 완성되는 순간에 아름다움을 느낍니다. 음악으로 치면 코드가 정확히 잡히는 순간과 비슷하고, 문학으로 치면 글의 줄거리가 선명하게 보이는 순간과도 닮아 있습니다. 저는 전자음악을 좋아하는데요. 처음에는 다소 알쏭달쏭하게 느껴지기도 하고, 기계적인 소리처럼 들리기도 합니다. 그런데 듣다 보면 어느 순간 영혼이 살아나는 듯한 느낌을 받을 때가 있습니다. 수학도 어느 순간 저와 맞닿는 느낌이 드는 순간이 있는데, 그때 진정한 수학의 아름다움을 느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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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사님께서 생각하시는 수학과 잘 맞는 사람의 특징이 있을까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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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동적인 대인관계에서 오는 스트레스를 느끼는 경우, 수학은 오히려 정적인 세계라는 점에서 편안함을 줄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제가 가만히 있으면 수학도 그대로 그 자리에 있으니까요. 혼자 있는 시간 속에서 안정감을 느끼는 사람이라면 수학과 잘 맞는 부분이 있을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또 한 가지는, 저는 ‘뉘앙스의 미묘함’에 유난히 집착하는 편입니다. 문학을 하시는 분들은 그런 감정의 결을 언어로 끝까지 붙잡으려 한다고 느끼는데요. 수학은 그 미묘함을 감정이 아니라 논리의 언어로 끝까지 밀어붙입니다. 무엇이 참이고 무엇이 거짓인지, 그 경계가 아주 작은 차이로 갈릴 수 있습니다. 1과 1.01, 혹은 0.99 사이의 차이가 논리적으로는 완전히 다른 의미를 갖게 되는 것처럼요.
일상에서 “대충 맞는 것 같다”라고 정리해 버리기도 하지만, 그런 미묘한 지점을 끝까지 파고들고 싶어 하는 성향을 가진 사람이라면, 수학과 잘 맞는 부분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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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사님께서 해결하신 ‘소파 문제’의 핵심과 접근 과정을 간단하게 설명 부탁드립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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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비가 1m인 ㄱ자 모양의 2차원 복도가 있다고 가정해보겠습니다. 이 복도를 통과할 수 있는 도형 중에서, 넓이가 최대가 되는 모양은 무엇인가를 묻는 문제입니다.
설명은 30초면 충분할 만큼 간단하지만, 이 문제는 58년 동안 해결되지 않았습니다. 왜 이런 문제를 푸느냐고 묻는다면, 가장 솔직한 답은 재미있기 때문일지도 모릅니다. 어릴 적 오락실 게임에서 최고 점수를 기록하고 싶어 하듯, 저도 오랫동안 풀리지 않은 문제를 해결해보고 싶다는 욕심이 있었습니다.
하지만 수학자들이 이 문제에 관심을 갖는 데에는 또 다른 이유도 있습니다. 이미 수학 이론이 상당히 발전해 있는 상황에서, 겉보기에는 단순해 보이는 문제가 수십 년간 해결되지 않았다는 것은, 우리가 아직 충분히 이해하지 못한 구조나 이론적 공백이 존재한다는 의미일 수 있기 때문입니다. 조금 더 이론적으로 설명하자면, 이 문제는 ‘최적화 문제’에 속합니다. 최적화는 자율주행이나 산업 기술에 직접적으로 활용되기도 하는데,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는 과정에서 축적되는 이론과 방법이 장기적으로 다양한 분야에 파급될 가능성을 가진다고 생각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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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파 문제 해결까지 약 7년이라는 시간이 걸린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그 동안 수많은 시행착오도 있었을 거 같은데요, 긴 시간동안 박사님을 계속 연구로 이끌었던 가장 큰 동력은 무엇이었나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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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이켜보면 힘들지 않았다고 말하기는 어렵습니다. 다만, 그 당시에는 ‘포기한다’는 선택지가 제 안에 존재하지 않았던 것 같습니다. 스스로 욕심도 많았고, 질투심도 적지 않았습니다. 누군가 앞서 나가는 모습을 보면 자극을 받았고, 그 감정을 해소하는 방법이 저에게는 수학 문제를 푸는 일이었습니다. 결국 그 에너지를 연구로 돌렸던 셈입니다. 지금 생각해보면, 성공을 향한 욕심이 연구를 지속하게 만든 동력이었는지, 혹은 어떤 열등감을 수학으로 채우려 했던 것은 아닌지 스스로 묻게 됩니다. 그 감정이 꼭 건강한 방식이었는지는 여전히 고민하게 되기도 하지만, 그 시간 덕분에 문제를 해결할 수 있었고, 또 그 과정이 누군가에게 인정받는 계기가 되어서 감사한 시간이기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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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진언 박사는 지난해 8월, 만 39세 이하 유망 수학자를 대상으로 최대 10년간 연구를 지원하는 허준이펠로로 선정되며 차세대 수학 연구자로 공식 인정받았습니다. 백 박사의 연구는 미국 과학잡지 Scientific American이 선정한 '2025년 가장 주목할 만한 수학 분야 10대 혁신' 중 하나로 소개되기도 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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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의 수학 기호로 박사님을 표현한다면 어떤 기호가 가장 잘 어울린다고 생각하시나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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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시그마(∑)’라고 생각합니다. 지난 경험들에서 나온 취향들과, 그동안 배웠던 것들의 총합이 지금의 저라고 생각합니다. 여러 과정과 시간들이 더해져 지금의 연구자가 되었기 때문에, 하나의 기호로 표현한다면 시그마가 가장 잘 어울리는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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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학을 하면서 얻은 성취가 논문이나 문제 해결을 넘어, 삶의 태도에 영향을 준 부분이 있다면 무엇일까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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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가지가 떠오릅니다. 첫 번째는, 예전에는 문제를 풀면 개인적인 감정이나 대인관계에서의 어려움까지도 함께 해결될 것이라고 스스로 생각했던 것 같습니다. 하지만 난제를 푼다고 해서 삶의 다른 문제가 해결되는 것은 아니더라고요. 수학 문제는 결국 수학 문제일 뿐이라는 사실을 깨닫게 되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하나의 문제를 오래 붙잡고 끝까지 밀고 갈 수 있다는 사실을 스스로에게 확인한 시간이었다고 생각합니다. 두 번째는, 문제를 푸는 과정에서 계속 막히고 안 될 것 같다는 신호를 여러 번 마주하게 되는데, 그때마다 ‘그래도 내가 가장 잘하는 게 이거다’라는 마음으로 버텨왔던 것 같습니다. 그 경험 덕분에 이제는 삶에서 다른 문제가 생기더라도, 쉽게 포기하지 않고 계속 붙들고 가면 된다는 태도를 갖게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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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학 문제 말고도 인생에서 꼭 풀어보고 싶은 ‘인생의 난제’가 있다면 무엇일까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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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사람이 되고 싶습니다. 좋은 사람처럼 보이기 위해 애쓰는 모습의 나와, 누군가의 인정과 상관없이 스스로 납득할 수 있는 선택을 하는 나, 그 두 모습이 하나로 자연스럽게 합쳐졌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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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사님께서는 현재 수학 전반에서 느끼신 변화와, 앞으로 고민해야 할 방향을 어떻게 보고 계신 가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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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가 이미 수학 문제들을 잘 풀고 있습니다. 아직은 사람처럼 완전히 새로운 아이디어를 만들어내는 단계는 아니지만, 사람이 미처 보지 못했던 부분을 짚어 내기도 하고, 저보다 문제를 더 잘 푸는 경우도 있습니다. 그래서 이제는 문제를 푸는 과정에서도 AI의 도움을 받는 것이 자연스러운 흐름이 되었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AI와 어떻게 협업할 것인지 고민하고 있습니다. 앞으로 AI가 어디까지 사고할 수 있을지, 그리고 AI가 만들어내는 잘못된 정보를 사람이 어떻게 구분하고 걸러낼 수 있을지, 그런 부분들을 계속 긴장하면서 보고 있습니다. 결국은 AI보다 더 나은 사람이 되는 방법이 무엇인지에 대한 고민도 함께 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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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연구 여정을 돌아볼 때, 그리고 앞으로의 연구 방향성을 생각해볼 때, 어떤 수학자, 어떤 연구자로 기억되고 싶으신 가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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낭만이 있는 사람, 그리고 본인이 정말 하고 싶은 것을 하는 사람으로 기억되고 싶습니다. 제가 풀었던 소파 문제는 학계에서 가장 중요하다고 여겨지는 문제는 아니었습니다. 그럼에도, 저는 제 취향으로 그 안에서 아름다움을 보았고, 그 아름다움을 따라가다 보니 풀게 된 문제였습니다. 그래서 나중에도 “이 사람만이 보는 아름다움이 있었고, 그것이 가치가 있었구나”, 그리고 “이 사람이 흥미를 느낀 문제들도 재미있다”라고 인정받을 수 있다면, 그것 만으로도 충분히 기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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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으로 재단 동문들께 전하고 싶은 말이 있으신가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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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사합니다. 대학원 때 재단의 도움이 정말 컸어요. 그게 심리적인 안정감을 줬고, 그래서 소파 문제도 끝낼 수 있었습니다. 재단이 이렇게 좋은 일을 하고 있으니 여러분들도 충분히 활용하시고, 재단도 이런 좋은 일을 하고 있다는 걸 알아봐 주셨으면 좋겠습니다. 그리고 후배 분들께는, ‘공부밖에 없다’ 생각하면 사람이 무너져요. 마음을 열어두고 다른 기회들도 있다는 걸 느끼고, ‘나는 뭐든지 될 수 있다’고 스스로 느낄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여러 가능성이 열려 있으면 공부도 ‘내 선택’이 되니까, 오히려 더 잘 됩니다. 그리고 앞으로는 지금까지 노력한 것만 가지고 하나를 깊게 파는 사람은 더 희귀해질 거예요. 그 또한 충분히 가치 있다는 것을, 스스로 칭찬해 주셨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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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진행 및 제작
박혜원 장학생(인재림 제4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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